
[뉴스서울] 일상에서의 떠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렌다. 트레킹은 새로운 곳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나를 깊숙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고독하고 철학적인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필자에게는 이러한 의미와 가장 매칭되는 트레킹 코스이다.

9월 4일 김포공항에서 오전 7시 40분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오전 9시 10분에 제주공항 버스정류장에서 151번 간선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오전 10시 25분경 서귀포시 대정읍에 소재한 모슬포남항 운진항에 도착하였다.
운진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11시 20분 출발하는 마라도행 여객선에 승선하였고 제주도 남쪽 바다의 세찬 파도를 헤치면서 가파도 옆을 지나 마라도 자리덕 선착장에 오전 11시 40분에 도착하여 마라도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행정구역상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 이다. 대정읍 모슬포남항 운진항에서 약 11km 정도 남쪽에 있으며 여객선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마라도’는 고구마 모양으로 생겼는데 걸어서 섬 전체를 걷는 일주거리는 약 3.5km 정도이다.
‘마라도’ 자리덕선착장에서 계단을 걸어 ‘마라도’에 진입하면 제일 먼저 해군에서 만든 '통일기원탑'을 마주치게 된다.

통일기원탑에서 남쪽방향으로 마라도 짜장면으로 유명한 골목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마라도 해안으로 난 길을 한 바퀴 돌면서 마라도 일주를 하였다.
짜장면 골목을 지나자마자 동쪽에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는데 그곳에는 현재는 폐교가 된 ‘가파초교 마라분교’ 건물이 운동장과 함께 놓여 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학생이 다녀서 마라분교가 운영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재학생이 없어서 폐교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마라분교 건물과 잔디밭은 한때의 아스라한 추억이 뿜어내는 정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마라분교터를 지나 길을 따라 남쪽방향으로 계속 걷다보면 넓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좋은 벤치가 나온다. 필자는 벤치 인근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서 테이크아웃한 뒤 벤치에 앉아 약 25분 동안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 드넓은 제주도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무념의 시간을 가졌는데 필자도 모르게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약 30분 정도 힐링한 뒤 필자는 다시 마라도 트레킹을 재개하여 '기원정사'라는 절을 지났는데 절 인근에 선인장 자생지가 있어 독특하고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필자가 계속하여 시나브로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마라도 최남단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대한민국 최남단비'와 장군바위, 제주해경 마라출장소 등이 있었다.
‘최남단비’와 장군바위 옆에서 남쪽 제주 먼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은 뒤 잠시나마 시선을 머나먼 수평선을 향해 두며 번잡스런 상념을 멀리 떠나보냈다.
마라도 최남단에서 다시 북동쪽으로 걷다 보면 전복, 문어, 소라를 형상화한 모양의 아름다운 '마라도성당'을 만나게 된다.

필자는 마라도성당 앞에서 아베 마리아를 부르며 기도한 뒤 계속 발걸음을 재촉하여 마라도 가장 동쪽에 있는 '마라도등대'에 도착하였다. 다만 마라도등대는 현재 한참 공사 중이어서 등대 밖에 있는 등대스탬프만 책자에 찍었고 건설 중인 등대는 눈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마라도등대를 지나 북동쪽에 있는 살레덕선착장까지는 드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고 바다 쪽은 '해식벼랑길'이 조성되어 있어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해식벼랑길을 걷다보면 드넗은 녹색의 풀밭, 짙푸른 코발트블루색의 바다, 하늘의 하얀 구름, 멀리 제주도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등이 색색의 풍경을 뒤섞인 채로 펼쳐져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최고의 눈 호사를 만끽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마라도 가장 북쪽에 있는 살레덕선착장과 포구에 도달하게 되었다. 다시 시계반대방향으로 걷다보면 애기업개의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 '할망당'에 이르게 되며 할망당 안내판의 슬픈 이야기를 읽노라니 필자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눈밑이 촉촉해졌다.

할망당에서 다시 걸어 마라도 일주 시작지점인 자리덕선착장 위 통일기원탑에 오후 1시 30분경 도착하여 3.5 km 정도의 마라도 일주를 끝마쳤다.
이번 마라도 일주 트레킹 거리는 3.73km 였고, 트레킹 시간은 점심식사 및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2시간 44분이 소요되었다.
# 마라도 일주 트레킹 코스 : 마라도 자리덕선착장(11:40) - 마라분교(11:48) - 해녀3대할망네(커피 time, 12:00 ~ 12:25) - 기원정사(12:27) - 선인장자생지(12:32) - 대한민국최남단비(12:42) - 마라도성당(12:51) - 마라도등대(12:55) - 살레덕선착장(13:18) - 할망당(13:29) - 통일기원비(13:36) - 마라도짜장면(점심식사, 13:42 ~ 14:15) - 자리덕선착장 도착(14:24)

마라도에 가서 짜장면을 안 먹었다면 마라도를 가본 것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마라도 대표음식은 짜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후 1시 35분경 마라도 일주를 끝냈는데 모슬포남항 운진항을 향하는 배 출발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라서 남은 50여분 동안 늦은 점심으로 마라도 짜장면 맛집에 들러 해물짜장면을 먹었는데, 제주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마라도 해물짜장면의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드넓은 대양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야말로 마라도 트레킹이 필자에게 주는 큰 선물이었다. 짜장면을 먹은 후 자리덕선착장으로 내려와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다시 파도가 약간 일렁이는 바다를 헤치고 모슬포남항 운진항에 오후 3시에 도착하였다.
짧은 한나절의 꿈과 같은 제주 마라도 트레킹을 마치고, 다음 트레킹 목적지인 송악산으로 향하였다.


[저작권자ⓒ 뉴스서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