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서울] 관악산과 삼성산은 각기 넓은 산자락과 봉우리들을 가지고 있는데, 두 산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고개가 ‘무너미고개’이다. ‘무너미고개’ 북쪽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이고 남쪽은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으로 서울과 안양을 이어주는 고개가 바로 ‘무너미고개’인 것이다.
필자는 여름산행으로 무너미고개를 넘는 산행을 무척 좋아한다. 대부분의 경우 무너미고개 산행은 서울대 정문 옆 관악산 공원에서 출발하여 호수공원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계곡길을 경유한 다음 제4야영장에 도착한 뒤 왼쪽 연주대 방향이 아닌 우측 방향으로 난 길을 통해 무너미고개에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관악산 공원에서 출발하여 호수공원에서 오른쪽 삼성산 정상 방향으로 접어들어 제1깔딱고개를 넘어 깃대봉(국기봉)에 오른 뒤 삼성산 거북바위를 거쳐 무너미고개로 내려가는 코스를 선호한다.
지난 6월 12일 무더운 토요일에 지인들과 함께 관악산•삼성산 무너미고개 산행을 하였다. 오전 10시 서울대 정문 옆 편의점에서 만나 오전 10시 10분경 관악산 공원을 출발하였다.
약 10분 정도 걷다 보니 관악산 호수공원으로 진입하는 갈림길이 나왔다. 연주대 정상에 가거나 가장 짧은 거리로 무너미고개로 가려면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길을 잡아 호수공원을 통과한 뒤 계곡길을 지나 제4야영장 방향으로 가야 된다.

그러나 필자는 호수공원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하여 삼성산 정상과 삼막사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산길을 걷다 보니 약수터가 나와 시원한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산행을 계속하였다.
삼성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숲이 우거진 지속적인 오르막길이라서 더운 날씨에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났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오후 12시경 깃대봉(국기봉) 아래에 있는 제1깔딱고개에 도착하였다.

제1깔딱고개에서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면서 약 10여분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행을 계속하였다. 제1깔딱고개에서 30여분 정도 급경사를 올라가면 우뚝 솟은 바위들이 모여 있는 봉우리가 나오는데 바로 ‘깃대봉’이다.
정상 바위에 큰 글씨로 “깃대봉, 416m”라고 쓰여져 있어서 ‘깃대봉’이라고 말하지만 인터넷 지도에는 ‘국기봉’과 ‘깃대봉’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또한 바위 아래 표지판에는 “K48국기봉”이라고 표기 되어 있다.

사실 관악산과 삼성산에는 봉우리마다 태극기 깃발을 세워 ‘국기봉’이라고 이름지었는데 이러한 ‘국기봉’이 관악산에 6개, 삼성산에 5개, 합쳐서 11개나 있다. 삼성산 제1깔딱고개와 거북바위 사이에 있는 이 봉우리는 다른 국기봉(깃대봉)과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 ‘K48깃대봉’이라고 흔히 부르곤 한다.
K48깃대봉은 가파른 바위가 우뚝 솟은 형태라서 바위 정상에서는 북쪽 방향으로 서울 신림동과 서울대 관악캠퍼스 뿐만 아니라 멀리 여의도 빌딩들이 한눈에 보이고, 북동쪽 방향으로는 관악산 연주대 정상이 가까이 보이며, 남쪽 방향으로는 경기도 안양시내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등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물론 깃대봉은 바람이 상당히 세차게 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깃대봉 정상에서 서울과 안양 등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둘러본 후 삼성산 정상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오후 1시 조금 지나 삼막사 못 미친 곳에 있는 널따란 바위에 도착하였는데, 넓다란 바위 표면에 거북이 등껍질처럼 굴곡이 있어서 ‘거북바위’로 불리우는 바위이다.
거북바위에는 “엿 먹어라”라고 말하면서 엿을 파는 할머니가 항상 계셨는데 무더운 이날도 여전히 엿 할머니께서 엿을 팔고 계셨다.
더운 날씨여서 엿 할머니가 엿 뿐만 아니라 아이스박스에 든 아이스바도 함께 팔고 계셔서 필자는 시원한 아이스바를 사 먹었는데 땀 흘린 뒤 먹는 시원한 아이스바 맛은 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맛이었다.

삼성산 거북바위를 지나 삼성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콘크리트 포장로를 걸어 올라가다가 삼성산 정상 못 미쳐 좌측 무너미고개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택하였다. 이 코스는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인데 인근에 바위가 많고 풍경이 아름다운 숲길이다.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오후 1시 45분경에 무너미고개에 도착하였다.
무너미고개는 관악산과 삼성산의 경계일 뿐만 아니라 서울 신림동과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의 경계인 야트막한 언덕 고개이다.

무너미고개를 넘으면 바로 남쪽으로 흐르는 삼성천계곡에 접어들게 되는데 필자는 시원한 계곡물에 세수를 하면서 더위를 식혔다. 삼성천계곡에는 무더위에 시원한 계곡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삼성천계곡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가다 보면 서울대 관악수목원 후문에 도착하게 된다.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후문으로 들어가 정문으로 나오는 산행객들의 통행은 허용하지만 반대방향, 즉 관악수목원 정문으로 들어가는 산행객은 통제한다.
필자는 서울대 관악수목원 후문으로 들어가 관악수목원 안에 있는 수목, 꽃, 저수지 등을 눈과 온몸으로 겪으면서 다양한 수목들의 향연을 만끽하였다.

관악수목원 정문으로 나오면 바로 안양예술공원에 접어들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안양예술공원과 계곡, 인근 음식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필자도 안양예술공원과 계곡을 지나 오후 3시 15분경 안양예술공원 내에 있는 맛집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마쳤다.
이번 산행 거리는 10.07km 였고, 산행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 4분이 소요되었다.

산행 후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맛집에서 두루치기 김치전골, 파전, 도토리묵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배고픈 상태에서 먹어서 그런지 꿀맛이었다.
이번 무너미고개 산행은 산행로 경사가 급하지는 않았으나 10km가 넘는 긴 거리를 무더위 속에서 걷는 것이라서 생각보다는 땀을 많이 흘렸지만 녹색의 푸르른 숲과 청량한 하늘을 만끽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 산행 코스 : 서울대정문(10:00) - 관악산공원 입구(10:10) - 약수터(10:42) - K57삼거리 하(10:54) - K58삼거리(11:20) - 제1깔딱고개(12:00) - K48깃대봉(416m, 12:36) - 삼성산 거북바위(13:04) - 무너미고개(13:45) - 서울대 관악수목원 정문(14:56) - 안양예술공원(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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