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암 사이 붉은 흙층, 과거 기후 읽는 '지질 아카이브'

진은정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4 17: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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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본부·경국대 공동연구, 국제학술지 게재…화산 휴지기 먼지가 용암에 덮여 보존
▲ 궁산천 중류에 드러나 있는 용암층 하부의 붉은 실트층(전경)

[뉴스서울] 제주 용암층 사이에 얇게 끼어 있는 붉은 흙층이 중국 북서부와 몽골 남부 등 아시아 건조지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황사 물질과 제주 화산물질이 함께 섞여 쌓인 퇴적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국립경국대학교 정기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이 같은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쿼터러니 사이언스 리뷰(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화산섬 제주에서 용암과 용암 사이에 얇게 낀 붉은 퇴적층(고토양)을 대상으로 광물 조성과 지구화학 조성, 입도, 열변질·풍화 특성을 종합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이 붉은 퇴적층은 단순한 화산재나 제주 현무암의 풍화물이 아니라, 중국 북서부와 몽골 남부 등 아시아 건조지역에서 바람을 타고 이동해 온 황사 기원 물질과 제주 화산물질이 섞여 형성된 퇴적층으로 해석됐다.

연구진은 용암 사이의 이 퇴적층을 ‘붉은 실트층(Red Silt, RS)’으로 명명했다. 붉은 실트층은 제주 해안 저지대에서 중산간, 한라산 고지대에 이르기까지 용암층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화산활동이 멈춘 시기에 지표에 쌓인 먼지와 퇴적물이 이후 다시 분출한 뜨거운 용암에 덮이면서 그대로 보존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연구의 성과는 붉은 실트층을 과거 기후환경을 읽어내는 기록체로 활용될 길을 열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붉은 실트층에 포함된 장석류의 풍화 정도와 점토광물의 변화, 용암에 의한 가열 흔적 등을 분석해 퇴적 당시의 기후 조건을 추정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한랭·건조했던 시기에 형성된 층은 풍화 정도가 약하고, 온난·습윤했던 시기에 형성된 층은 풍화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 실트층의 붉은 색도 원래 붉은 흙이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뜨거운 용암 아래에서 가열되는 과정에서 점토광물이 분해되고 적철석이 형성되면서 붉은색이 짙어졌고, 일부 구간에서는 용암에 의해 퇴적층 상부가 950℃ 이상의 고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써 제주 용암층 사이의 얇은 퇴적층은 단순한 토사층이 아니라, 화산활동의 휴지기, 아시아 먼지 유입, 기후변화, 용암에 의한 열변질 과정을 함께 기록한 지질 아카이브라는 점이 드러났다. 붉은 실트층은 제주 화산활동사뿐 아니라 동아시아 먼지 이동과 제4기 기후변화를 해석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한라산연구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제주 전역에서 용암층 사이의 붉은 흙층을 조사하며, 이들 고토양층으로 오름과 용암류의 형성 시기를 밝히는 연구를 이어왔다. 특히 용암 사이의 고토양층은 위를 덮은 용암의 분출 시기를 추정하는 데 쓰여 제주 화산활동사를 정밀하게 복원하는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 논문은 비교적 낮은 고도와 얕은 심도에서 확인되는 젊은 붉은 실트층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향후 한라산 고지대와 더 깊은 시추코어에서 붉은 실트층을 추가 확보하면, 제주의 더 오래된 화산활동과 고환경 변화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은 세계유산본부 본부장은 “제주 용암 사이에 얇게 보존된 붉은 흙층은 과거 제주 지표에 쌓인 황사, 당시 기후, 이후의 화산활동을 함께 기록한 귀중한 자연자료”라며, “지역에서 축적한 기초자료를 개방하고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확대해 제주의 자연자원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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